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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기록의 힘, 30일 푸드 다이어리로 달라진 식습관

by misolsira 2025. 5. 2.

무심코 넘겼던 하루 세 끼가 나도 모르게 내 몸과 기분을 바꾸고 있다. 기록이라는 작은 행동이 어떻게 30일 만에 나의 식습관을 변화시켰는지, 그 여정을 진솔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음식과 나 사이에 생긴 새로운 관계 그리고 의식적인 선택의 시작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건강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식단 기록의 힘, 30일 푸드 다이어리로 달라진 식습관
식단 기록의 힘, 30일 푸드 다이어리로 달라진 식습관

무심코 지나치던 식사, 기록이 가져온 첫 번째 변화

하루 세 끼를 먹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당연함이 오히려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 뭐든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식사를 때우기 일쑤였고, 가끔은 배고픔조차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푸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건,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도 아니고 거창한 건강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다. 단지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문득, 요즘 너무 무기력한데 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 실마리를 식사에서 찾아보고자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푸드 다이어리라고 해서 거창한 도구가 필요했던 건 아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시간, 먹은 음식, 그리고 당시의 기분을 간단히 적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베이글, 크림치즈, 아메리카노 / 약간 졸림, 배는 고팠음 같은 식이다. 처음 며칠은 그저 내가 뭘 먹었는지 알아보자는 의미였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흥미로운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정 음식을 먹은 후에는 유독 졸리거나 무기력했으며, 반대로 가볍지만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한 날은 집중력이 높아졌다. 이런 작은 차이들이 반복되면서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의 상태를 만든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또 하나 의외였던 점은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가 식습관에 경각심을 주었다는 것이다. 무심코 먹던 과자 한 봉지도 기록하려고 하니 순간 이걸 정말 먹고 싶은가?라는 자문이 들었고, 단지 입이 심심해서 먹는 행위를 줄일 수 있었다. 10분이면 사라질 군것질을 10초의 기록으로 멈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록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넘어, 선택의 순간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숫자보다 감정에 주목한 식단 기록으로 마음을 돌보다

푸드 다이어리를 쓰면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음식과 감정의 관계를 의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배고플 때만 음식을 찾는다고 생각했지만, 기록을 통해 감정에 따라 음식을 고르는 경향이 명확히 드러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외롭거나 지칠 때는 단 음식을 찾았다. 이런 선택은 단기적인 위안을 주었지만, 뒤이어 찾아오는 죄책감과 불편함은 더 오래 지속되곤 했다.
기존의 식단 관리 앱이나 다이어트 방법은 주로 칼로리, 탄단지 비율, 체중 변화 같은 수치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왜 내가 그 음식을 선택했는가 하는 의도였다. 푸드 다이어리에 감정까지 기록하면서 비로소 나는 나의 식습관을 관리가 아닌 이해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오늘은 유독 달달한 게 먹고 싶다는 날의 메모를 보면 그 전날 업무로 늦게까지 야근을 했거나,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감정과 식사의 연결고리를 파악한 이후에는, 단지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먼저 보듬는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예를 들어 예전 같으면 지친 날엔 무조건 치킨이나 라면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겠지만, 지금은 산책을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방식으로 감정을 다독이려고 노력한다. 음식이 감정의 해소 수단이 아닌, 나를 돌보는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감정 중심의 기록은 식사뿐 아니라 하루 전체의 리듬을 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아침에 어떤 기분으로 일어났는지, 점심에 무엇을 먹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루를 되짚어보는 루틴이 생겼다. 덕분에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조율하는 여유가 생겼고, 음식을 고친다는 말보다는 자신을 존중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되었다.

 

30일이 만든 습관, 식사가 바뀌자 삶의 질이 달라졌다

30일간 푸드 다이어리를 쓰면서 나는 단순히 뭐를 먹을까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음식이 단지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고 나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30일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이 기간 동안 내가 먹은 음식, 느낀 감정, 그로 인한 변화를 매일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선택의 기준이다. 과거의 나는 배가 고픈 순간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달려가 눈에 띄는 음식을 고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 끼를 대할 때 이 음식이 나를 어떻게 만들까를 먼저 떠올린다. 회의가 많은 날 아침에는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고, 운동 전에는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탄수화물을 적절히 섞는다. 이처럼 식사가 단순한 배달 주문이 아닌, 내 하루를 설계하는 하나의 도구로 변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습관처럼 보던 식품 라벨을 꼼꼼히 읽게 되었고, 첨가물이나 당분 함량이 높은 제품을 멀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피로감 없이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었지만, 어느새 나는 내 몸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를 신경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변화들이 모여, 나의 건강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완벽한 식단보다는 실천 가능한 식습관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금기 리스트를 만들고 스스로를 억눌렀지만, 이제는 때로는 치킨도 먹고 케이크도 즐기되, 그것을 내가 선택했다는 인식을 잃지 않으려 한다. 억지로 참는 다이어트가 아닌, 나를 존중하는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30일 푸드 다이어리가 나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다.

기록이라는 단순한 행위가 30일 만에 가져다준 변화는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단순히 다이어트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돌보는 과정이라는 걸 푸드 다이어리를 통해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이제는 음식 앞에서 무기력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한 끼 한 끼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기회임을 안다.
혹시 지금, 식습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복잡한 계획보다 펜 하나, 혹은 메모장 하나로 시작해보길 권한다. 아주 작은 기록이 언젠가 당신의 식사뿐 아니라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